하노이 롱비엔 철교, 사진 맛집이자 역사 명소 탐방기
하노이에 거주하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롱비엔 철교(Cầu Long Biên)였음. (Cầu 꺼우는 베트남어로 다리라는 뜻)
단순히 오래된 다리가 아니라, 하노이의 심장을 관통하는 홍강 위에서 100년 넘게 역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맞서온 증인 같은 존재랄까. 파리의 에펠탑을 만든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했다는 소문부터 베트남 전쟁의 폭격을 견뎌낸 이야기까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 그래서 직접 가봤음! 그곳에서 느낀 롱비엔 철교의 숨겨진 매력과 알아두면 좋을 정보, 그리고 가는 법까지 탈탈 털어보겠음.

1. 롱비엔 철교, 첫인상: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호안끼엠 호수 북쪽, 복잡한 구시가지를 조금 벗어나니 저 멀리 육중한 철골 구조물이 보이기 시작했음. 바로 하노이 롱비엔 철교임.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규모와 세월의 흔적이 압도적으로 다가왔음. 녹슨 철골과 땜질한 듯 이어붙인 구조물들 사이로 오토바이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는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과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음. 다리 밑으로는 유유히 흐르는 홍강이 펼쳐져 있고, 멀리 현대적인 건물들이 보이는 풍경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음. '아, 이게 바로 하노이구나' 싶었음.




2. 에펠 설계설의 진실은? (Daydé & Pillé 이야기)
롱비엔 철교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에펠 설계설'임. 파리 에펠탑을 닮은 듯한 철골 구조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구스타브 에펠의 작품으로 알고 있음. 하지만 기록을 찾아보면, 이 다리는 프랑스 회사인 Daydé & Pillé가 설계하고 건설했다고 나옴. 1899년에 착공해서 1902년에 완공되었고, 당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총독이었던 폴 두메르(Paul Doumer)의 이름을 따 '두메르 다리'라고 불렸다고 함.
물론 에펠의 명성이 워낙 대단했기에 그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공식적인 설계자는 Daydé & Pillé라는 것! 어쩌면 에펠탑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술로 지어진 철교이기에 그런 이야기가 퍼진 게 아닐까 싶음. 진실이 뭐든, 다리가 가진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함.
3. 전쟁의 상흔을 품은 다리: 베트남 전쟁 이야기
롱비엔 철교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베트남 전쟁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임. 당시 하노이와 북부 지역을 잇는 유일한 주요 통로였기에, 이 다리는 미군의 주요 폭격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음. 수차례의 폭격으로 다리의 일부 구간이 파괴되었지만, 그때마다 베트남 사람들은 밤낮으로 복구 작업을 벌여 다리를 다시 이었다고 함.
직접 다리 위를 걸어보면 중간중간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복구된 흔적들을 볼 수 있음. 형태가 다른 철골 구조물이 덧대어져 있거나, 끊어진 부분을 이어 붙인 모습들이 바로 그것임. 마치 온몸에 상처를 입고도 꿋꿋이 버텨낸 노병(老兵)처럼 느껴져 마음이 숙연해졌음. 이 다리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의 끈질긴 저항 정신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상징하는 역사적 기념물 그 자체였음.
4. 철교 위를 걷다: 현실적인 팁과 포토존
롱비엔 철교 위를 직접 걷는 경험은 생각보다 더 강렬했음. 다리 중앙으로는 기찻길이 놓여 있고, 양옆으로 오토바이와 자전거,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 있음.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베트남 젊은이들의 프로필사진 명소이기도함. 기차가 오지 않을 때, 철길 중앙에서 인생샷을 남기기도 함. 롱비엔 철교에 기차 오는 풍경을 감상하고 싶으면 밑에 하노이 기찻길 관련 글에 기차오는 시간에 대하여 자세히 나와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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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기찻길 여행 팁과 기차 시간 완벽 정리
- 3년간 하노이 생활 노하우 방출! -하노이 기찻길(Train Street)은 좁은 골목 사이로 기차가 실제로 통과하는 베트남 하노이의 유명한 명소임.이곳은 카페와 철로가 맞닿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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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 보행자 통로는 폭이 좁고 난간이 낮아서 약간 아찔할 수 있음. 특히 오토바이가 쌩쌩 지나다니니 항상 주변을 잘 살피고 조심해야 함. 아이와 함께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함. 실제 기차가 지나갈 때는 잠시 멈춰서 기다리는 것이 좋음. (기차 시간표 확인은 어렵지만, 현지인들은 익숙하게 다니는 듯했음)
- 포토존: 다리 위 어디든 멋진 포토존이 됨. 녹슨 철골 구조물과 홍강, 멀리 보이는 하노이 시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정말 멋짐. 특히 해 질 녘 일몰 시간이나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임. 다만, 안전에 유의하며 촬영해야 함.
주변: 다리 근처에는 롱비엔 기차역이 있고, 현지인들의 활기 넘치는 롱비엔 시장도 멀지 않음. 시간이 된다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음. 다리 전망이 좋은 세레인 카페(Serein Cafe) 같은 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추천함.

5. 롱비엔 철교 가는 법 (feat. 그랩 & 도보)
하노이 롱비엔 철교에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역시 택시나 그랩(Grab)을 이용하는 것임. 호안끼엠 호수나 하노이 구시가지 중심부에서 출발하면 교통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15분 정도 소요됨. 목적지를 'Cầu Long Biên' 또는 'Long Bien Bridge'로 설정하면 됨.
만약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함. 하노이 구시가지 북쪽 끝에서 약 1.5~2km 정도 거리인데, 걸어가면서 하노이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다만, 길이 복잡하고 오토바이가 많으니 지도를 잘 보고 안전하게 이동해야 함. 개인적으로는 갈 때는 그랩을 타고, 돌아올 때는 주변을 구경하며 걸어오는 것을 추천함.
구글 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aqtPyHkzSbdJpg76A
롱비엔역 · Đ. Trần Nhật Duật, Phố cổ Hà Nội, Hoàn Kiếm, Hà Nội, 베트남
★★★★☆ · 기차역
www.google.com
6. 롱비엔 철교가 남긴 여운
하노이 롱비엔 철교는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하노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음. 100년 넘는 세월 동안 프랑스 식민 지배와 전쟁의 포화를 견뎌내고, 지금은 하노이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로이자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장소가 된 곳. 에펠이 설계했든 아니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 있는 다리였음. 하노이에 간다면 시간을 내어 꼭 한번 걸어보길 바람. 낡고 투박하지만, 그 어떤 화려한 건축물보다 더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길 것임.